2009년 8월 10일 월요일

한의원에서, 백분위 점수를 듣다

언제부터 한의원이 성장 클리닉이 되었는지.

밥 열심히 안먹고, 이래저래 많이 긁고, 집중력도 많이 떨어지고 짜증내는 것도 늘었길래, 추천과 검색을 통하여 나름 유명하다는 한의원을 찾아갔다.

가자마자 하는 것은 신장과 체중. 약을 처방할 때 체중을 확인하는 것은 양방이든 한방이든 같군. 음 그럼그럼 하면서 보고 있었다. 키는 왜 잴까. 병원에 올 일이 많지 않고, 병원에 간다고 키 다 재는 것은 아니니까, 건강검진에 키재기 들어 있는 것 같은 차원에서 재나보다.. 싶었다.

의사 면담을 하러 들어가서 처음으로 들은 것은 애 키와 체중의 동일 성별 동일 연령 백분위 점수. 게다가, 이대로 크면 어른되서 몇센티 예상. 경쟁을 부추긴다고 하면 약간 과장이고, 여기서까지 백분위를 들어야 하나. 그게 왜 중요하지.

들으니 참고할 만한 좋은 정보가 된다. 그런데 이걸 왜 알려주지. 이것도 서비스인가. 아마도 한의원에서 운영하는 성장 클리닉 관련된 연계를 위해서인가보다. 워낙 이런 것에 둔감하다보니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면, 꾸준히 인터넷에서 광고가 보이던 우리 아이 10센티 키우기, 3개월 집중성장, 남자 백팔십얼마 류의 세태와 무관하지 않은 듯.

아토피와 비염에 대한 상담을 하고, 결국 우리가 받은 약은 아토피 샘플과, 밥잘먹는 약. 가격은.. 결제하면서 알았다. 양의원이라고 의사가 약값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치료용 약, 안먹으면 안되는 약, 수천원대 저렴한 약, 이런 것이 아니라 상당히 고가였는데 그걸 결제하면서 듣게 되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강남이라 그정도에 대한 willingness to pay는 다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이 한의원을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라면 가격 별로 신경 안쓴다고 생각할까. 보니까 출입구 쪽에 운동선수들과 연예인들 가족 사진도 많이 붙어 있더구만.

먹여보고, 효과 있으면 다행이지만.

상담하면서, 그리고 최근 건강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역시 건강은 음식이다.

그나마 골라먹고 챙겨먹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이 참 다행이다.

애들 음식 신경써서 줘야 한다.